땅 파고 불 심는 '겉멋 번지르르' 삽질, 언제까지 하려나

‘세계의 디자인 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서울을 가꾸는 사업이 도시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청계천을 가보나, 최근 실개천 디자인 혁신을 마쳤다는 대학로를 가보나, ‘디자인 서울’의 알맹이는 ‘토건 디자인’인 것 같다.

보도의 일부분을 잘라내 실개천을 만드는 사업이 대학로 사업을 필두로 서울 전역에서 실시된다고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역시 땅을 파 등불을 집어넣어 형형색색의 광선을 위로 뿜어내는 스타일이 많은 것 같다.


CNB뉴스와 자매지 주간 CNB저널은 지난해 11월10일과 12월4일 두 차례에 걸쳐 대학로 보도에 설치된 실개천에 보행인의 발이 빠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에 따라 서울시와 관할 종로구청은 12월 중에 문제의 실개천 구간을 유리 덮개로 덮는 보수 공사를 한 바 있다.

작년 11월 대학로 도보를 파고 실개천을 조성한 모습(왼쪽)과 보행자 부상이 잇달자 한 달 만에 뚜껑을 덮은 모습. 총공사비 36억원이 들었다니 적어도 몇 억짜리는 되는 '덮개'다.

이런 실개천 사업이 이번에는 남산 순환 산책로에서 진행 중이다. 산책로 도보의 일부분을 잘라내 실개천으로 꾸미면서 보도가 좁아지자 남산에서 마라톤 연습을 해온 시각장애인들이 “우리는 어쩌라고” 걱정하고 있으며, “봄 벚꽃놀이 때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어깨를 부딪치며 다니는 길인데 보도를 좁히면 어쩌냐”는 걱정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중앙일보 1월12일자가 지적했다.

디자인도 좋고, 실개천도 좋다. 문제는 과연 서울이 그런 디자인이 필요한 곳이냐는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어디를 가나 ‘미어터지는 게’ 기본이다. 서울로 향한 일극집중화 때문이다. 사람들이 계속 지방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오기 때문에 서울 중에서도 강남권과 서울과 인천을 잇는 경인권은 더 이상 인구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다.


'전깃불 휘황찬란'은 상업지구 특징인데, 왜 서울 전체를 상업지구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 상업지구가 당연히 발달하게 돼 있고, 상업지구의 특징은 ‘휘황찬란’ 한 마디로 요약된다. 밤새 명멸하는 불빛이 시가지를 점령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유서 깊은 관광도시에서 ‘휘황찬란’한 곳은 대부분 상업 지구다.

현재 서울시가 하는 디자인 작업을 보면 서울의 거의 전역을 형형색색 전기불빛으로 ‘휘황찬란’하게 바꾸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이미 넘치는 상업지구로 어지러울 지경인데 왜 더 불빛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또 어쩌다 한 두 곳이면 모를까 도처에서 왜 땅바닥에서 불빛이 위로 뿜어져 나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번 물어보자. 처음부터 황무지에 철저한 계획도시로 만들어졌고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미국의 수도이자 ‘디자인 도시’인 워싱턴 DC의 그 어디가 그렇게 휘황찬란한가? 워싱턴의 그 어느 곳도 땅바닥에서 전깃불빛이 뿜어져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그 찬란한 건축미로, 그리고 미국 역사를 장식하는 스토리로 전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당긴다.
 
서울은 한 나라의 수도로 정해진 지 600년이 넘은 도시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과밀-과도 개발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스토리’가 있다. 서울이 끌리는 도시가 되려면 우선 과밀화 해소로 도시가 숨을 쉬게 만들면서 서울의 스토리-이야기로 세계인을 당겨야 할 텐데 웬 삽질 일색인지 모르겠다.


'역사가 휘황찬란한' 서울 만드면 안 되나?

우리가 유럽에, 미국 워싱턴-뉴욕에 관광하러 갈 때 과연 네온사인 빛을 보러 가는가? 이들 도시들은 모두 불빛이 아니라 ‘역사가 휘황찬란한’ 도시들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대단한 쇼핑 지구가 있지만 세계인을 끌어당기는 것은 눈물 나도록 고색창연한 밀라노 대성당이지, 그 옆에 빌붙어 있는 백화점이 아니지 않은가.

한때 홍콩이 휘황찬란한 쇼핑의 도시로 손님을 끌었지만 세계 무역이 자유화된 지금도 그런가? 서울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디자인 서울’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그러나 삽질 디자인 도시는 제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뭔가 겉으로 만들어내는 행정은 다음 선거에 유리할지는 모르겠다. 또 삽질을 하는 과정에서 돈이 풀리니 업자들도 좋아할 것 같다.

이렇게 서울의 피부를 마구 긁어 뜯기 전에, 전 지역에 ‘땅바닥에서 기어올라오는 전깃불’을 설치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나 봤는지 모르겠다. 아, 숨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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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시각에서 침략군(미군) 보는 내용"이란 시각은 완전 오해


원주민을 죽이는 것도, 살리는 것도 모두 백인이라야 한다는
'철저한 백인우월주의' 표현한 영화라는 사실 알아야




영화 ‘아바타’가 부시 직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고, 반전 논리가 좀더 센 민주당을 지지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미국의 보수주의자들 쪽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이 영화를 보면 지구의 군인들이 판도라 별의 원주민 나비 족을 공격하면서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를 언급하니, 이런 분석도 아주 틀리지는 않다. 원주민을 압도적 화력 차이로, 신무기로 괴멸시켜 버리는 ‘지구 정복군’의 모습은 바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군의 모습이다.

민주당 식 논리지만 '미국이 최고'엔 변함없어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서는 ‘지구인과 행성 판도라의 원주민 나비족과의 대결 구도인데, 나비 족 시선에서 영화가 진행된다’(한겨레신문 1월7일자 ‘아바타 색깔 논쟁’ 기사에서)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반론을 펴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가 ‘나비족 시선에서 진행된다’는 것은 완전한 오판이다. 반대로 이 영화는, 비록 민주당, 즉 미국식 진보주의자의 입장에 섰다고는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비족(원주민)의 입장이 아닌 정복군(미국)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평화롭지만 미개롭게 사는 원주민이 있고, 이들이 사는 땅 밑에 엄청난 자원이 묻혀 있다. 정복군은 평화 작전으로 이들을 설득해 주거지를 옮기라고 설득하려 하지만 미신적 신앙에 집착하는 원주민들은 말을 듣지 않고 정복군은 몰살 작전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정복군에 속했던 일부 ‘양심 세력’이 정복군을 배반하고 원주민 편에 서면서 용감하게 싸워, 정복군의 야욕을 물리친다는 것이 영화 ‘아바타’의 내용이다. 이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 원주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둔하다’. 혼자 힘으로는 정복군의 막강한 화력을 막아낼 수 없으면서도, ‘물러나라’는 최후통첩에도 기도나 드리는 멍청한 짓을 한다.

그러다 마치 ‘신이 하늘에서 강림하듯’ ‘마음을 바꿔 잡수신 백인 영웅’이 나타나, 지리멸렬한 원주민 부족들을 결합해, 정복군을 물리쳐낸다. 원주민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환상이며, ‘정복도, 구제도 모두 백인만이 할 수 있다’는 백인우월주의의 시각이다.


한겨레신문의 평가처럼 이 영화가 ‘나비족 시선에서 진행된다’면 스토리가 이렇게 전개될 수는 없다. 나비족을 구하는 영웅도 나비족 안에서 나와야지, 왜 ‘개과천선한 정복군 변심자’가 필요하단 말인가.

'개과천선한 일본군 변절자' 나타나지 않았다면 조선 사람은 구제불능?


이런 논리를 따르자면, 그러면 이라크 사람들의 도탄을 구해낼 수 있는 것은 이라크의 영웅은 될 수 없고, ‘개과천선한 용감한 미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좀 더 한국인 심리에 근접하게 말하자면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는 무지몽매한 조선 사람을 구할 영웅은 조선 사람 안에서는 나올 수 없고, 개과천선한 일본인 영웅이 나타나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 부분에서 저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란 그 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과천선한 일본군 변절자'가 없었으면 정말 한국 민족은 구제불능이었을까요?)

그간 미국 역사를 보면 전쟁을 좋아하고 내놓고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보수주의 공화당이었지만, 그렇다고 진보주의 민주당이 무력 사용을 자제했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제2의 6.25가 일어날 뻔한 시점이 최근세사에서 두번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은 모두 민주당 출신의 카터 대통령과 이른바 1차 북한 핵 위기 때의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었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한다면 좀더 평화주의적인 면모를 띠지만(클린턴이 북한 침공 일보 직전까지 갔으면서도 동시에 북한과 대화를 했듯), 필요하면 무력으로 상대를 굴복시킨다는 미국적 생각에서는 사실상 공화당과 큰 차이가 없다.

'아바타' 같은 영화 보면서 헷갈리면 바보 된다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것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지만 ‘백인 영웅만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이들의 백인우월주의는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만든 영화에서 끊임없이 변용돼 나타나는 기본 주제다.

‘아바타’ 같은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원주민 시각에서 풀어나가는 영화’로 생각하는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 마디 적어 보았다. 이렇게 보는 시각이 바로 ‘아둔한 원주민’의 한 전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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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빵꾸똥꾸”가 연일 화제입니다. 이 드라마, 참 못 말리고, 눈을 뗄 수도 없고.... 전 사실 한국에 이런 드라마가 있다는 게 처음부터 놀라움이었습니다. 


TV나 라디오만 켜면 나오면 공익광고, 대기업 광고가 '행복한 대한민국' '해낼 수 있는 한국인'처럼 재미없는 훈계만 하는 나라에서, 빈부 차이, 식모, "다 내 꺼야", 서울대와 서운대 같은 쩌릿쩌릿한 주제들이 TV 시트콤으로 다뤄지고,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웃는 게 아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이라는 말 말고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한국인은 간단한 사람들이 아니란 것이 답이겠죠.  


김병욱 PD가 말한 '함께 있을 때 좋은 화학작용'의 의미는?


이 드라마에는 워낙 많은 주제들이 깔려 있지만, 요즘 형성돼 가는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짚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요즘 주로 나오는 러브라인은 '어이없이' 키스까지 한 정음-지훈 사이에 대한 것입니다. 며칠 전 직장에서 야식을 시켜다 먹으면서 이 얘기를 꺼내니 대부분 "정음-지훈이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들을 보이더군요. 


그런데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12월 초에 읽은 김병욱 PD의 인터뷰('시네 21' 게재) 구절이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우리가(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사랑하기 전까지는 잘 그리는데 연애에 들어가면 약하다(웃음). 어떤 두 인물이 함께 있을 때 좋은 느낌이 나는지 화학작용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함께 있을 때 좋은 느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식모 세경과 의사 지훈 사이에도 이런 느낌이 어느 정도 감지되고 있죠? 물론 지금은 세경 쪽에서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흐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특히 돈 많은 할머니가 월 200만 원을 주겠다며 입주하라는 데도, 그리고 사모하는 준혁이 "가지 말라"고 애원해도, 갈 마음을 굳히는 듯 했던 세경이, 의사 지훈에게 물건을 전달하려 갔다가 "믿는 구석"이라는 그의 말을 듣고는 마음을 돌리는 장면에서, 김 PD가 말한 '화학작용'이 일부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경은 지훈 쪽으로 확실히 흐르는 것 같은데, 정음은 어디로?

그런데 세경과 지훈이 연결되면 '어이없이' 키스까지 한 정음은 어찌 되냐는 궁금증이 안 들 수가 없네요. 어이없어 하면서도 맛난 것을 사 주고, 따뜻한 차를 태워 주는 지훈에게 정음은 끌려들어가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저는 갈등 끝에 형-동생 사이로 안착한 정음과 준혁 학생과의 사이를 눈여겨 보게 됩니다. 지난 번에 이들이 화끈하게 영어 공부를 해 성적을 올린 업적(물론 준혁은 세경을 잡기 위해 공부한 것이지만)에서 보여 줬듯, 이 둘 사이에는 꽤 '케미스트리'가 잘 맞지 않느냐, 둘이 티격태격 하면서도 환상의 콤비를 이뤄 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초반부에 껄렁패 학생들로부터 준혁이 정음을 보호해 준 것부터, '누나'라고 부르라는 정음의 탄원을 준혁이 끝내 뿌리친 것, 그리고 때로 둘이 죽이 맞아 열나게 공부를 하기도 하고…. 


김 PD의 말대로 '둘 사이의 화학 작용'이 가장 잘 맞는 것이 이 두 사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저는 과감히 세경-지훈, 정음-준혁 커플에 판돈을 걸어볼까 합니다. 물론 현재 돌아가는 판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하지만,,,,, 김 PD가 말한 '사랑의 화학'으로 그림을 풀어간다면 이런 그림을 감히 그려보고 싶어집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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