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는 사람 의도에 맞게' 설문을 짜맞추고
'본심을 말했다가는 치도곤을 당할지 모르는'

 나라에서 여론조사는 하지 않는 게 낫다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거의 싹슬이를 할 것처럼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됐었죠.

저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지난 5월24일 '한국 여론조사 결과를 못 믿는 4가지 이유'란 포스팅을 올린 바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한국 상황 (입조심을 하지 않으면 언제 곤욕을 당할지 모르는) 에서 여론조사란 무의미하다는 논지였습니다. 


업체들이 조작하는 여론조사를 어찌 믿나


게다가 여론조사 업체들이 '먹고 살려면' '돈을 주는 쪽에 유리하도록' '설문을 교묘하게 조작해야 한다'는 얘기도 듣던 터라,

어차피 이번 선거를 앞두고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거의 완전히 무의미할 것으로 생각했고, 여러 사람들이 그런 사정을 알았으면 해서 그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오늘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역시 여론조사와 완전히 다르더군요.

그리고 '믿지 못할' YTN의 출구조사 결과와도 많이 다르더군요. 

이런 차이는 방송 3사 출구조사가 종전처럼 말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선거와 동일하게 '써서 제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의 현실을 아는' 출구조사가 현실을 그나마 비교적 정확히 반영했다고 보여지는군요. 


'본심 말하면 혼날지 모르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사는 방법이란

한국의 이런 현실이 (본심으로 누구를 지지하는지 말도 못하는 상황이) 참 한심하지만, 저는 그래도 오늘 희망을 봅니다.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괴롭히고, 입과 눈-귀를 틀어막으려는 정당-집권세력을 심판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따위 여론조사들은 하지도 말고, 믿지도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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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만한 질문을 물었나?
대답한 사람은 제 정신인가?' 등의
전제조건 충족되지 않는 여론조사 결과는
참고할 필요도 없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한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여론조사 결과를 믿는 것 같아 한 마디 하렵니다.

피에르 부르디외 라는 프랑스 학자가 여론조사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밝혔다고 하네요.(강준만 저 ‘각개약진 공화국’에서 재인용)

그의 의견에 따르면 첫 번째, ‘대답하는 모든 사람이 자격을 갖췄다고 가정하고 물어 그 결과를 집계하는 것’이 여론조사의 문제랍니다. 물어봅시다. 선거 때가 되면 주변 사람들과 정치 얘기를 하게 되지만, 정확한 식견을 가진 사람을 얼마나 만나 보셨나요? 


가난뱅이가 한나라당 지지하는 이상한 나라인데

가난뱅이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는 사람이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은 이상한 현상을 볼 수 있지 않나요? 

부르디외의 두 번째 문제 제기는 ‘여론조사는 과연 물을 만한 질문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질문을 하는가’라는 것이랍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죠. 

완전히 중립적으로 물어야 하고, 그래서 여론조사를 하면 설문지 내용도 공개가 돼야 하는데, 한국에선 그런가요? 


질문 내용 만드는 게 여론조사 업체의 전문 과목인데, 정말 제대로 만들고 있나? 

대개 거두절미하고, 한나라당 후보 몇%, 야당 후보 몇%, 이렇게 나오잖아요? 세상 모든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데, 여론조사 전문가야말로, 이 아-어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전문가들이 선거철에 돈 받고 여론조사를 하는데, 중립적-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요? 


여론조사 한다고 하면 당신은 대답할 것인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믿어?

부르디외는 프랑스 사람이니까 말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한국에선 더 중요한 문제가 또 있습니다. 여론조사에 과연 솔직히 말하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하는 점입니다. 

누굴 찍을 거냐고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답을 안 할 겁니다. 괜한 봉변 당하기 싫어서입니다. 물론 터놓고 “난, 무슨 당 찍을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 사람들의 답변만이 사실상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또 여론조사라는 게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즉 답변과 실제 투표 행동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사실 예전에 YS-DJ가 격돌했을 때 친지들과의 모임에선 “DJ가 돼야 한다”고 핏대를 올리다가 막상 투표장에서는 YS를 찍어 지금까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만, 대답과 실제 행동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입니다. 


찍어 놓고도 거짓 대답 하는 게 한국의 분위기인데

그래서 최근 선거에서는 출구조사를 해도 실제 투표 결과는 다르잖아요? 벌써 투표를 한 뒤에도 “누굴 찍었어요?”라는 질문에는 가짜 대답을 내놓는 게 한국 사람들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다들 알잖아요? 

결국 이상의 내용을 정리한다면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여론조사를 진짜라고 믿으려면 네 가지 전제 사항, 즉
1. 답변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답변한 결과다
2. 질문이 객관적이었다
3. 솔직히 대답할 만한 사회적 분위기가 갖춰져 있다
4. 대답과 행동은 일치한다


는 전제조건이 만족돼야 하는데, 제가 보기엔 그 어느 하나도 만족되는 사항이 현재 한국에는 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저는 여론조사에 신경 안 쓸 겁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좋아할 만한 후보를 찍을 생각입니다. 누굴 찍을 거라고 친지-동료들에게 말할 필요도 없고, 또 설문조사 요원에게는 무조건 “대답하기 싫다”고 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저처럼 행동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믿는다는 건, 우스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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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과학자, 블로그-노래가사 등 컴퓨터로 분석

 

미국인 가장 행복했던 날 오바마 당선 날

가장 슬펐던 날은 마이클 잭슨 사망일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민생을 위해라고 뇌까리지만 하는 짓이라고는 결국 자기 뱃속 챙기기가 전부인 이 나라에도 앞으로 진정한 국민 행복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주는 소식이 미국에서 날아들었다.

 

미국 학자들이 온라인에 떠도는 수많은 말들의 행복도를 분석해 오늘은 국민들이 행복하다아니면 불행하다는 전국적인 측정을, 또는 경상도는 행복하지만 전라도는 불행하다고 지역별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과학 정보매체 유레칼러트(eurekalert.org) 24버몬트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피터 다즈(Peter Dodds)와 크리스 댄포스(Chris Danforth) 두 교수가 온라인에서 사용된 단어들을 컴퓨터로 분석해 전국 또는 지역별 행복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블로그-노래가사 등 1천만 개 문장 분석

 

이들은 블로그와 노래가사, 대통령의 연설 등 온라인에 올라오는 글들을 컴퓨터로 분석해 점수를 매긴다. 점수를 매기는 방법은 영어 단어에 대한 감정 기준(Affective Norms for English Words, ANEW)’ 연구가 정한 기준에 따랐다.

 

ANEW는 여론 조사 등을 토대로 1034개의 영어 단어에 대해 최저 1점부터 최고 9점까지의 행복 점수를 부여해 놓았다. 예를 들자면 승리에 벅찬(triumphant)’8.87점으로 거의 최고점을 받는다. 이어 낙원(paradise) 8.72, 공허(vanity) 4.30, 인질(hostage) 2.20점이며, 자살(suicide)은 거의 최하 점수인 1.25점을 받는다.

 

수학자, 컴퓨터 학자이면서 사회과학에도 관심을 기울여온 두 교수는 영어권의 블로그 230만 개로부터 문장 1천만 개 이상을 끌어내 컴퓨터 프로그램에 돌리고 있다. 그 동안 확인된 결과로는 최근 4년간 미국인들이 가장 기뻐했던 날은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날이란다. 이날 영어권에서는 자랑스럽다(proud)’란 단어가 곳곳에서 터져 나와 행복미터가 수직상승 했단다.

 

그리고 최근 미국인들이 가장 슬퍼한 날은 마이클 잭슨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625일이었단다. 그리고 해마다 910, 11일이 되면 슬픈 영어 단어들이 블로그 등에 많이 올라오면서 행복미터가 푹 꺼진다고 했다.

 

이 두 교수는 자신들의 이러한 방법과 행복도 측정 실적을 행복 과학 저널(Journal of Happiness Studies)’ 이번 주 호에 발표했다.

 

청소년들 행복도 낮고 나이 들면서 행복해져

 

그 동안 행복학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자들이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느끼는 정도가 비슷하다고 주장해온 것과는 달리 이 논문은 연령별로 행복도에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은 싫다, 혐오, 멍청하다, 슬퍼, 우울하다, 지루하다, 외롭다, 미쳤다 그리고 살쪘다 같은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연령대 중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도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올라가다가 늙으면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들이 이처럼 연령별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블로거들이 자신에 대해 밝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 교수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연령별, 남녀별, 인종별 행복도분석도 가능하다.

 

직접 물어보면 행복도에 대해 거짓말

 

다즈 교수는 과거 행복을 여론조사로 측정하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정확한 측정을 했다고 볼 수 없다그 이유는 사람들은 조사를 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실과 다른 말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즉 지금 불행하면서도 조사원에게 나 불행해라고 말하기는 싫기 때문에 살만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는 사람들에게 직접 당신 행복해?”라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오픈된 공간인 온라인에 올리는 글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깨 너머로 쳐다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행복도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정확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방법에도 한계는 있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은 대개 교육받고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젊고 똑똑한 블로거들이 장래 여론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또 블로그에 참여하는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 단점은 아닌 듯 싶다.

 

우리도 빨리 진짜 국민 행복도 조사 프로그램돌리자

 

이 보도를 보면서 우리도 어서 빨리 국민 행복도 조사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여당 또는 기업 연구소가 만들어내는 조작된 국민 행복도 조사따위는 이제 필요 없고, 컴퓨터가 냉정하게 파악한, 그리고 창피하기 때문에 전 불행하진 않답니다라고 거짓 대답한 말을 데이터로 삼지 않는, 진짜 한국인의 행복도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만 하면 된다. ANEW라는 곳에서 했듯 한국어의 주요 감정 단어에 행복도 점수를 매기는 것이 하나다. 그리고 나머지는 이들 두 교수가 했듯 블로그, 노래가사, 대통령 연설 등에 나온 단어들을 긁어 모아 정해진 점수를 부여해 결과를 알려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만약 이런 프로그램이 이미 만들어졌다면 한국인에게 가장 행복했던 날은 언제였을까? 미국인들이 오바마를 뽑아놓고 프라우드(proud)’를 연발했듯 한국인들이 자랑스러워 가슴 뿌듯했던 날은 언제였을까?

 

그리고 2009 7월 지금 이 프로그램을 돌린다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과연 몇 점이나 나올까. 우석훈 연세대 교수가 한겨레신문 칼럼에서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 아닌 조중동 3개 신문사인 것 같다고 쓴 눈물겹게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행복도 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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