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발견할수록 신에서 멀어지는 한 남자의
사랑과 이성 사이 고통 보여줘...
관련 글: 진화론과 창조‘론’ 누가 맞나, 쟁점 5가지
진화론을 창시한 찰스 다윈의 일생을 보여 주는 영화 ‘창조(Creation)’가 10일 토론토 국제영화제 개봉작으로 상영됐습니다.
창조론에 맞서 싸운 그에 관한 영화의 제목이 ‘창조’라니 얄굳네요. 위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다윈이 침팬지를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영화는 ‘종의 기원’이라는 역사를 바꾼 책을 쓰면서 다윈이 겪었던 고뇌를 보여 준답니다.
다윈은 22살 때부터 5년간(1831~1836년) 영국 해군 측량선 비글 호를 타고 남미 등지를 여행했으며 영국으로 돌아온 지 2년 만에 진화론, 즉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분화’란 생각을 대략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다윈이 진화론 생각하고도 21년을 썩인 이유는?
하지만 정작 그가 진화론을 세상에 밝힌 저서 ‘종의 기원’을 펴낸 것은 이로부터 무려 21년이 지난 1859년이었습니다. 장장 21년간을 장고한 것이지요.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기독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기독교는 ‘천지만물은 하나님이 창조했다’는 창조론을 주장하고, 그 창조라는 게 한번 만들 때 다 만들어야 하니까 개면 개, 소면 소, 각 품종별로 하나님이 6일 만에 척척 만들어내셨다는 주장이죠.
그러나 진화론은 개가 개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개는 늑대로부터 나왔으며, 늑대는 다시 물에서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에서 진화한 것이며 등등으로 이어지면서 모든 생명이 연결돼 있다고 하죠.
결국 진화론과 창조론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상대방을 용서할 수 없는 세계관이죠.
종교심이 돈독한 아내 엠마를 사랑한 다윈은 연구를 하면 할수록 “신이 세상을 만들지는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해 가면서 자신의 종교심이 없어지는 것을 괴로워했답니다. 위는 영화 속 다윈의 모습입니다.
이성과 신앙, 과학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한 훈남
또한 진화론을 발표하면 아내와의 사랑에 금이 갈 것도 걱정했답니다. 그래서 차일피일 진화론 발표를 미루다가 1858년 알프레드 월레스라는 학자가 자신과 거의 같은 진화론을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부랴부랴 단 1년 만에 ‘종의 기원’을 탈고한 것이죠.
이 영화는 아픈 몸을 이끌고 ‘종의 기원’을 쓰는 다윈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 준답니다.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과 과학 사이에서 고뇌하는 다윈의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아내 역의 제니퍼 코널리.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브라질에 갔을 때 노예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영국에 와서도 괴롭혔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시골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말을 학대하는 모습을 보고 검찰에 고소도 하는 등 동물 종과 인종을 뛰어넘는 사랑의 마음을 보여 줬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기독교에서 볼 때는 악마 같은 사람이죠.
고손자가 쓴 다윈 일대기가 원전
영화의 토대가 된 원작은 다윈의 고손자(손자의 손자) 랜들 케인즈(Randal Keynes)가 쓴 ‘애니의 상자(Annie’s Box)’랍니다. 여기서 애니는 열살 때 숨진 다윈의 넷째 딸을 말합니다.
다윈과 부인 엠마는 자녀를 10명이나 낳았지만 그 중 셋째와 막내가 생후 1년이 되기 전에 죽었고, 넷째 애니가 10살 때 죽었습니다.
‘가정의 기쁨’(다윈이 쓴 추도문 중에서)이었던 애니가 죽자 다윈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그 뒤 집에서 애니라는 이름을 자신의 입에 올린 적이 없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 쓴 자서전에서 “아직도 애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고 했을 정도죠. 위는 영화 속 애니의 모습입니다.
다윈의 이러한 인간적 면모를 보여 주는 영화인 데도 불구하고 영국의 기독교 단체들은 25일 개봉을 앞두고 비상 경계 태세에 들어갔답니다요.
진화론에 대한 반박 자료를 준비해 놓고 교회나 지역 모임 등에서 연락이 오면 바로 보내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진화론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입니다.
"종교적 이유 때문에 배척한다면 바보짓"
다윈 역에는 영국 배우 폴 베터니(Paul Bettany)가 나오며 아내 엠마 역에는 제니퍼 코널리(Jennifer Connelly)가 나온답니다. 폴 베터니는 영화 ‘다빈치 코드’에서 광신 살인자 실라스 역을 맡은 바 있고, 제니퍼 코널리는 그의 실제 아내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 헐리우드리포터닷컴의 기자 레이 베넷은 “종교 때문에 이 영화를 보지도 않고 거부한다면 그건 바보짓”이라며 “종교와 과학을 공평하게 다뤘기 때문”이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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